대광고 사태 26개월… 대광학원 이사장 이철신 목사 드디어 입을 열다
"변호사 45명 법무법인 18곳 벌떼 공격
불교계·종자연 합작품 요즘 와서야 알아"
"한국교회는 마치 강도가 사랑방을 뒤지고 있지만 '안방만 들어오지 않으면 된다'며 느긋해하는 집주인과 같다." 꼭 26개월 만이다. 대광고 사건과 관련해 일체 언급을 자제했던 이철신(서울 영락교회·사진) 목사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의 실체가 밝혀지자 그간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대광학원 이사장인 그는 2010년 4월 대광고 사건 대법원 판결 때 피고였다. 20일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난 그는 소송 당시 심정과 학원선교의 중요성,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 등에 대해 소신 있게 말했다.
-대법원 소송 때 분위기는 어땠나.
"잘 아시다시피 변호사 45명과 18개의 법무법인이 달라붙어 '미션스쿨에서 종교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강의석씨를 변론했다.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 언론 등 사회 전반에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대광고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강씨가 원고였지만 실제 소송을 진행한 곳은 불교단체인 종자연이다. 한꺼번에 공격을 당하다 보니 정신이 없더라. 이제 와서 보니 시민단체와 종자연, 불교계가 합작해 우리를 공격한 사건이었다."
-2심에선 승소했지만 3심에서 뒤집어졌다.
"불교 쪽에 법률가가 많더라. 아마 공익소송이라는 이름 아래 지원했을 것이다. 기독교인 중에도 법조인이 많았을 텐데. 허참, 대법원에서 졌으니…."
-류상태 전 교목의 역할도 컸다.
"류상태씨는 대광고 교목실장이었다. 그런데 '기독교를 통해서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배타적 교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교목들과 다원주의 논쟁을 벌였다. 주변 교목들이 류씨에게 '예장 통합 소속 목사니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면 안 된다'고 뜯어말렸는데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실이 이사회에 보고가 됐고 '대광고 교목으로 있으려면 신학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류씨는 다원주의를 버릴 수 없다고 버텼다. 곧이어 예장 통합 서울 동노회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2004년 10월에 목사직을 반납하더라."
-교목까지 지낸 사람이 불교단체에서 활동한다. 사찰에 가서 종교편향 강의도 하고 조계종 토론회에서 강연도 했다.
"학교를 그렇게 그만둔 사람이 기독교에 좋은 감정을 갖겠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면 그런 활동은 하지도 않는다. 잘 아는 사람이니 더 무서운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학교 상황은.
"2011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돈 한 푼 받지 않는다. 그런데 교육청의 간섭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니 간섭 정도가 아니라 강제로 협박하는 수준이다."
-평준화 이야기를 해보자.
"2010년 대법원 판결 당시 내가 대광초·중·고등학교, 영락중·고등학교, 보성여자중·여자고등학교 등 3개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으니 기자들이 학교 재벌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정말 학교로부터 십원 한 장 받는 게 없다. 영락교회는 오히려 매년 수억원씩 학교에 지원한다. 한국교회는 정부를 대신해 막대한 재정을 부담하면서 사립학교를 대신 세웠고 교육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설립 목적은 최소한 존중해줘야 한다. 문제는 평준화에 있다.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충돌하고 있다. 학교의 설립 목적대로 예배드릴 학생, 성경공부 배울 학생만 들어온다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학생이 어디 있겠나. 정말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신앙교육을 하려면 평준화를 철폐해야 한다."
-사건 이후 종교교육을 금지하라는 교육청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나.
"지침은 예전부터 내려왔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우리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지침은 결국 신앙의 자유, 예배드리는 자유, 믿는 복음을 전할 자유, 선교할 자유를 막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감옥도 가고 순교도 했다. 이건 적당히 타협할 일이 아니다. 우리 선배들은 복음을 목숨 걸고 지켰다. 계속 그렇게 협박할 것이면 차라리 나를 이사장에서 해임시켜 달라. 운동을 일으키려면 누군가 한명은 희생돼야 한다. 그래야 전체가 각성한다. 하지만 정부 쪽에선 그렇게 안 한다. 교육청은 계속 겁만 준다."
-그래도 학교에 부담이 되지 않나.
"교장이나 교사는 압력을 많이 받는다. 징계 문제로 자기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단과 교계가 침묵한다.
"참 답답하다. 얼마 전 예장 합동이 종자연 관련 성명서를 냈더라. 사실 예장 합동엔 미션스쿨이 별로 없다. 학교는 예장 통합과 기감이 많은데 목소리가 전혀 없다. 높은 직책을 맡고 계신 분들의 의식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학원선교가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 학교는 운영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론 대형 교회가 큰 어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전도 사명에 충실해 사람을 낚는 어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장이 좋아야 고기를 낚는 것이지 어장이 황폐화하면 아무것도 못 잡는다. 학원선교도 마찬가지다. 어장을 만드는 일이다. 어장이 풍성해져야 한다. 미션스쿨엔 재정이 많이 투입된다. 그런다고 졸업생이 모두 우리 교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교회를 섬긴다. 복음화율이 낮은 제주도나 부산·경남을 복음화하고 싶은가. 그럼 기독교 학교를 세우면 된다. 졸업생들이 언젠가 지역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층에 기독교인이 많은 이유가 뭔지 아나. 그들은 대부분 학원선교, 대학생 선교의 결과물이다."
-종자연이 활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불교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 더 큰 불안은 기독교 인구수에 비해 엘리트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깨는 방법으로 미션스쿨을 공격했던 것이다. 어떤 교수님이 지금의 상황이 미국에서 특정 종교가 기독교를 공격한 것과 꼭 닮았다고 하더라. 소수 특정종교가 기독교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소송과 언론 활용이었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은.
"집에 강도가 들어와 설치고 있다. 한국교회는 마치 강도가 사랑방을 뒤지고 있는데 '안방에만 안 들어오면 상관없다'고 안주하는 집주인과 같다. 미션스쿨은 일종의 사랑방과 같다. 기독교 학교를 공격하는 세력이 점점 침투해 들어오면 교회라는 안방마저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에 부탁할 사항이 있다면.
"개 교회, 개 교단주의가 결국 문제다. 개인적 욕심을 좀 내려놓고 한국교회를 위해 합치면 안 되나. 미션스쿨과 관련된 일은 개별적으로 대응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기독 법률가 모임도 만들어야 한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기독 언론, 기독 법조인이 좀 더 강력해져야 한다. 저쪽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치고 들어온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같은 교회기관이 이런 걸 이야기해야지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되겠나.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한국기독교학교연맹에 따르면 기독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8400여명, 중학교는 7만5800여명, 고등학교는 17만6500여명이다. '사랑방'에 자그마치 26만700여명의 청소년이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한번 가정해보자. 사랑방에 강도가 들어왔다. 그런데도 집 주인이 침묵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겁 많고 무책임한 가장일 것이다. 아니면 진짜 집 주인이 아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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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