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한 살배기까지… 희망은 기도 뿐”
시리아-터키 국경 마을서 목회 장성호 목사가 전하는 비극
1년5개월째 이어지는 내전으로 2만여명의 사망자를 낳고 있는 중동 지역의 시리아. 이곳에서 불과 3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시리아와 터키 국경의 작은 마을에 조용히 평화의 기도를 올리는 한국인이 있다. 5년 전 터키 남부 안타키아로 파송돼 현지 기독교인을 위해 묵묵히 사역해온 장성호(36) 목사다.
장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반정부세력으로 의심되면 정부군이 두 살도 안 된 어린아이마저 사살해 버리는 비극이 벌어지자 수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국경을 넘어 안타키아로 들어왔다"며 "이들에게 현지의 실상을 들은 뒤로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여 전 시리아 난민으로부터 충격적 현실을 전해들은 뒤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교회의 정례기도회에서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 성도들과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그가 섬기는 '안디옥 교회'는 개신교 교회로는 처음으로 터키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 후 이 지역을 잠시 지배했던 프랑스 정부의 은행건물을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
시리아를 위한 평화기도는 종교와 종파 그리고 정치적 목적을 넘어섰다. 정 목사는 "안타키아 인구 20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속해 있는 이슬람교 시아의 알래위파이고, 나머지 절반 중 상당수는 시아와 원수지간인 수니파"라며 "이밖에 유대교, 기독교 등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시리아에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안타키아는 십수세기 전부터 다민족·다인종·다종교의 땅이었다. 지금도 터키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유대인과 기독교 아르메니아인 등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장 목사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역의 근황도 전했다. 그는 "안타키아 난민캠프가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키아 거주민 중 상당수는 알레포 등 시리아 북부 지역에 친인척을 두거나 그 지역에서 넘어온 이주민"이라며 "이웃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공감대도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는 지난해 3월 19일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5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공식집계로만 2만여명이 사망하는 내전을 겪고 있다. 터키에는 4만5000여명의 시리아인이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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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