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랜드

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포항부동산정보공인중개사사무소 2012. 2. 3. 10:51

제사와 추도예식의 근본 차이는 무엇인가?
■ 유교식 제사와 기독교식 추도예배의 근본 차이는 무엇입니까?
■ 조상공경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유교제사와 기독교 추도예배가 같은 것 아닌가요?

유교 제사의 근본정신


유교제사의 근본정신은 효(孝)에서 출발합니다. 유교에서는 효를 모든 덕의 근본이요 최고의 선으로 봅니다. 공자는 효를 덕의 근본으로 가르쳤으며, 덕치주의(德治主義)의 바탕이 되는 가족제도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부모공경을 하늘공경과 동등시하여, 부모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고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인륜이라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이라 하여, 효를 종교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효의 종교성이 죽음에 대한 유교의 독특한 이해와 연결되어 부모 생시(生時)의 효가 사후에도 계속되어 조상숭배인 제사로 나타난 것입니다. 효경(孝經)의 '기효행장(紀孝行章)'에서는 효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중에 부모 사후에도 상중(喪中)의 공양을 비롯해 춘추(春秋)의 제사는 반드시 정결하고 근엄하게 행할 것이며, 사후의 섬김 역시 생시에 섬김 같이 지성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교사상을 정치이념으로 하여 생활윤리가 확립된 것은 조선시대부터입니다. 고려말기에 이르러 불교계가 타락하고 사회적 혼란과 질서의 문란이 가중되면서, 새로운 지도이념이 필요하게 되었고, 충효를 근본이념으로 하는 유교적 윤리는 당시의 조정을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유학이 모든 분야에서 중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식으로 제사를 지냈지만, 조선시대부터는 주자가례(朱子家禮)에 의하여 사대부 가문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4대조(四代祖)의 신주(神主)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효가 모든 윤리덕목의 근본이 되었으며, 인간의 백행지원(百行之源)이 모두 효에서 이루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효 가운데서 가장 으뜸은 부모공경이며, 살아서는 예(禮)로서 부모를 섬기고 죽어서는 제(祭)로서 섬기라고 가르쳤습니다. "사자(死者) 섬기기를 산 사람 섬기듯 하고, 죽은 부모 섬기기를 산 부모 섬기듯 하라"는 논어의 가르침은 효의 근간이었고, 천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사후에까지 연장시켜 제례(祭禮)로 효를 다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사는 어버이 생시에 미처 다하지 못했던 봉양을 사후에 자식 된 도리로서 뒤쫓아서 하는 효도의 한 방편이었습니다.

제사와 추도예식의 근본 차이

이러한 유교적 제사와 기독교의 추도예식에 근본적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예배의 대상문제입니다. 유교적 제사는 후손들이 제사상을 차려놓고, 신위(神位)를 올려놓고, 절을 올리면 죽은 조상의 신이 그 자리에 와서 후손들의 절을 받고 음식도 먹는다는 신앙적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예배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입니다. 먼저 가신 그분을 추모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 기독교 추도예식의 근본정신입니다. 즉 숭배의 대상이 서로 달라서 유교에서는 조상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에게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고인의 영혼은 추념(追念)과 감사와 위로의 대상이지 숭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여기에 유교와 기독교의 근본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유교적 제사에서는 강신(降神)순서에서 돌아가신 보모의 위(位) 앞에 분향(焚香)하고, 재배(再拜)한 뒤 꿇어앉아서 술을 따라 세 번 부어드린 뒤, 고사(告辭)를 읽고 다시 재배를 드립니다. 이때 제주(祭主) 이하 모든 남자들이 절을 두 번씩 올립니다. 고사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영원히 돌아가신 때를 맞아 감히 신주(神主)를 정침(正寢, 제사지내는 방) 안에 모시기를 청하고자 추모하는 내용을 올립니다." 쉽게 표현하면, 조상의 신이 이곳에 임재하셔서 우리의 정성을 받아달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조상에게 술과 음식을 권하는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유식(侑食) 등의 순서가 있는데, 음식을 권하는 축문(祝文)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0년 0월 0일 효자 000는 감히 고합니다. 해가 바뀌어 000님이 돌아가신 날이 또다시 돌아오니, 은혜가 하늘과 같이 크고 넓어서 끝이 없습니다. 이 사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청주와 여러 가지 음식으로 공손히 절을 드리오니 흠향하시옵소서." 지금은 비록 그러한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지라도, 조상의 신을 음식상에 초대하는 이러한 제의적 요소들로 볼 때 유교의 제사에서는 어디까지나 조상신이 숭배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그러한 조상신의 존재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방식으로 조상을 신격화하는 것도 반대합니다. 인간의 경배와 찬양을 받으실 참된 신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여서 한 가지 확실하게 해 둘 것이 있습니다. 부모공경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돌아가신 부모 보다는 살아계시는 부모님을 더욱 공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죽은 조상에 대한 언급은 성서에 그리 많지 않은데 비해서, 살아계시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가르침은 많이 나옵니다. 행여라도 부모님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성을 죽은 다음에 제사로서 보상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살아계시는 부모님에게 정성과 효성을 바치는 것이 기독교가 가르치는 효의 핵심입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