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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영혼 주유소

포항부동산정보공인중개사사무소 2012. 1. 31. 13:04

교회는 영혼 주유소

가을이 무르익은 날 자동차를 몰고 설악산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휘발유가 달랑달랑 떨어져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내 차를 세우고 네비게이션에서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달려갔습니다.

"휘발유, 가득이요."

주유소에 도착하자마자 엔진을 끄면서 종업원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을 힐끗 보니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고민, 불안, 신경질, 불만 같은 정신적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허지만 가슴에는 나 예수가 잘 알고 있는 어느 신학대학원 배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고객님은 무엇이 그리도 행복하십니까? 모두 경기가 나빠서 전국이 우울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판인데요."

나 예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그 종업원이 퉁명스럽게 한 마디 했습니다. 실상 나도 근엄한 얼굴을 할 때가 많습니다만 이번에는 얼굴에 따뜻하고 산뜻한 행복으로 채웠습니다.

"종업원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육만상이 찌그러지셨습니까?"

"고객님 참 괴짜네요. 오만상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육만상은 또 무업니까?"

"오만상에다 일만상을 덧보탠 것이지요."

그제야 비로소 그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이고, 고객님은 내 속을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네요. 실상 저는 목사로 부르심을 받고 신학대학원에서 공부 중입니다. 학비를 벌기 위하여 시간제로 이곳에 나와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 학기말 고사가 내일부터입니다. 성적을 잘 받아야 다음 학기에는 장학금을 받게 되니까 초조해서 그럽니다."

그 말을 들으니 주머니에서 돈 한 뭉텅이를 꺼내 손에 쥐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주머니에도 은행 구좌에도 그럴 만한 액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현금보다 더 값진 것으로 '목회지혜'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8만원이요."

휘발유 값이 조금 오른 모양입니다. 나 예수는 신용카드를 내어 주며 한 마디 던졌습니다.

"가장 좋은 신학대학원은 바로 이 주유소 아닐까요?"

"고객님은 싱거운 소리도 잘하시네요. 여기에 무슨 교수님이 계십니까, 아니면 도서관이 있습니까?"

"주유소에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면 그건 전도학 한 과목 하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교회는 바로 영혼주유소라는 사실을 깨우친다면 목회학 과목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하는 열매이고요......."

그 알바 신학생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혹시 담임목사님이나 신학대학원 교수님이십니까?"

"아니오, 그냥 방랑객입니다. 전도 방랑객이지요. 아무튼 교회가 진짜 휘발유를 공급하는 영혼주유소가 된다면 자동차들이 주유소에 꼭 와야 하듯이 모든 사람들이 '거룩한 기름'으로 영혼탱크를 채우려고 반드시 교회로 올 것 아닙니까."

그 종업원은 너무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세차권 하나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겉이 너무 지저분했던 모양입니다.

나 예수는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그 주유소에 다시 한 번 둘렀습니다. 그런데 그 알바 학생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종업원이 대신 휘발유를 넣어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영혼주유소에 다시 오셔서 반갑습니다."

나 예수는 영혼주유소라는 말이 벌써 많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주유소 주인이 실상은 교회 장로인데 지난 번 신대원 알바 학생이 직원 기도회에서 간증을 했답니다. 이곳이 영혼주유소라고 깨우쳐 준 고객의 정보를 감시카메라에서 빼어냈답니다. 그래서 그 간증을 듣고 이 주유소는 바로 영혼 주유소가 되도록 통성으로 기도했답니다.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