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복음주의 운동을 진단한다
'근본주의 신앙' 탈피 기여… 사회 변화 이끌어내기엔 역부족
[CBS TV보도부 최경배 기자]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가 지난 12일 은퇴함으로써 1980년대 이후 복음주의 운동을 이끌어 온 옥한흠, 하용조, 홍정길, 이동원 목사 모두 목회 사역을 내려놨다.
지난 2010년에 소천한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와 지난해 소천한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와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이들 4명의 목회자를 기독교계에서는 흔히 '복음주의 4인방'이라고 지칭한다.
교단은 달랐지만 이들 4명의 목회자 모두 복음주의를 표방하며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1980년대 이전 한국교회는 대형 집회를 통한 체험적 신앙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은혜와 체험을 강조한 신앙은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복음주의를 표방한 4명의 목회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복음이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울교회 이문식 목사는 "복음을 종교적 형태로 교회 안에 가둬두고 이원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근본주의라고 보면, 4명의 목회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복음을 실현하는 전인격적 삶에서의 복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모든 삶에 복음의 능력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해 4명의 목회자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복음주의 1세대로 불리는 4명의 목회자가 이전과 차이를 보인 것은 한마디로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와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음주의 1세대 목회자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말씀의 적용을 강조했다. 교인 각자가 말씀을 자신의 생활에 적용하며 살도록 이끈 것이다.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성경을 읽고 그 것을 자기에게 적용하는 훈련이 복음주의 교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복음주의 4인방이 한국복음주의 운동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한 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4명의 목회자들은 또 '복음주의 운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들의 가르침을 받은 후배들을 중심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성서한국 등 복음주의 운동 단체가 세워졌다. 또 빛과소금, 복음과상황, 크리스채니티투데이 등 신앙과 삶의고민을 담은 신앙 잡지 또한 교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복음주의 1세대 목회자들은 말씀과 생활이 일치된 신앙을 강조했지만, 복음주의 신앙은 개인과 가정, 교회를 벗어나 사회 구조로까지 확대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복음주의 4인방이 강조한 신앙과 삶의 일치는 이들이 일군 교회가 기득권으로 상징되는 서울 강남 지역에 위치했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평가를 받는다.
복음과 삶의 일치가 개인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목사는 "4명의 목회자들은 개인적인 봉사를 모두 강조하셨고 다른 교회보다 더 큰 족적을 남긴게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사회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묘하게도 4명의 목회자가 몸담았던 교회들이 서울 강남권에 위치했다"면서 "부자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기 때문에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목회적 차원에서 얘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자훈련 등을 통해 교인들에게 정직한 생활, 나누는 삶을 일깨웠지만 사회가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시혜적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를 도왔을 뿐, 우리 사회에서 약자가 생겨나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신앙의 눈으로 풀려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은 "성경에 나와있는 사회적 메시지는 성경공부나 큐티, 제자훈련에서는 약간의 맛을 보는 정도에서 그쳤다"면서 "성경의 관점에서 사회 구조의 문제를 고민하고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는 복음주의 4인방이 결정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는 목회자들 스스로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옥한흠, 하용조 목사는 소천하기 전 사회참여가 부족했다는 내용의 설교를 한 바 있다. 이동원, 홍정길 목사의 경우 은퇴를 전후해 이전보다 사회참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세대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남겨놓은 과제를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다음 세대가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는 "한국교회는 근본주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복음주의 성향을 드러내기 어려웠다"면서 "복음주의 1세대 목회자들은 복음주의 신앙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음 세대는 복음의 총체성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많은 사회 이슈에 침묵했던 한국교회가 성경적 입장에서 각각의 이슈를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게 다음 세대에게 남겨진 일이다"고 밝혔다.
ckbest@cbs.co.kr
'카리스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저지 '패밀리 터치' 원장 정정숙 박사 '성도들이 삶의 기술을 배워야…' (0) | 2012.02.16 |
---|---|
그리스도를 선포함 (0) | 2012.02.16 |
샬롬 (0) | 2012.02.14 |
넉넉히 나눠주는 마음 (0) | 2012.02.14 |
블랙마운틴의 천사들-유승관 목사 블랙마운틴 은퇴 선교사 마을 르포 (0) | 2012.02.13 |